수유칼럼

Releases

  • 그냥 한 시간만이라도 학교를 늦추면 어떨까? 아니면 최소한 9시 30분에라도 학교를 시작하면 어떨까? 조금 늦게 일어나도 아이들이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수 있도록, 그러면 아침 돌봄을 하는 사람들도 너무 일찍부터 서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하루가 당황스럽게 시작되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다.
  • 하이라인 파크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 왼편에 낡고 세련된, 다양한 시간대의 건물들이 보인다.
    공원은 어떤 공동체가 자신의 부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한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화폐적 가치가 그 사람이 얼마나 부자인지를 보여주듯, 한 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잉여적 공간은 그 집단이 자신들의 부(화폐적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를 과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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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2-03-22
    이처럼 무겁고 가벼운 날이 또 있을까? 2011년 3월 11일 지진, 쓰나미, 원전사고로부터 1년이 흐른 2012년 3월 11일. 1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고통의 무게에 비하면 오히려 가벼울 '그날'. "그날이 왔어.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지"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날'을 며칠 남겨두고,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었다. 지진으로 거리가 휘어질 듯 흔들리고 멀미가 났던 순간, 이튿날부터 엄습했던 방사능,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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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2-03-21
    죄책감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감정은 아니다. 죄의식에 짓눌리는 느낌이 감각의 문을 막아버릴 때, 자아는 병들기 십상이고, 그것을 타인 앞에서 드러내면 위선이 된다.책임감이란, 끝내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 무엇을 책임질 수 있으며,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가. 시대에 대한 책임감을 운운하는 이들 치고 가증스럽지 않은 이가 드물었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3-21
    잘난 척 하는 사람일수록 원래 남 잘난 척하는 꼴을 못 본다. 재수 없는 사람일수록 원래 남 재수 없는 꼴을 못 본다.(재수 없다는 말은 전아(典雅)한 표현은 아니어서 종종 쓰기 꺼려지면서도 그 적실성 때문에 놓기 어려운 말 중 하나이다.) 내가 그렇다. 이 글에도 분명 그런 사심(私心)이 묻어 있음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다. 사심이 사심을 드러내주는 법이다.
  • 길바닥에서 잠을 자는데 하필 꽃샘추위란다. 밤엔 눈발마저 날려 텐트는 날아가고, 천막은 찢어진다. 깔아놓은 스티로폼을 뚫고 냉기가 심장 어디쯤에 느껴질 때면 오줌은 또 왜 그리 마려운지. 온몸이 저릴 정도다. 침낭을 덮어쓴 노동자들의 모양새가 번데기를 닮았다. 새벽까지 수십 번을 꼼지락 거리며 아침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그러면 아침이 온다. 그게 지금까지 길바닥 노숙농성의 경험치다. 그래서 그
  • “아, 안 오셔도 돼요, 괜찮아요, 진짜 괜찮다니까요.” 어머니는 수년째 이런저런 병을 앓고 계신다. 급기야 한쪽 눈의 시력도 약해져 밖을 나다니시는 것도 힘겨워하실 만큼 이제는 기력을 다하셨다. 그런 노모가 일삼아 다니시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우리 집 일을 해주시러 오는 것이다. 청소에 빨래에 먹을 것 사다 나르시는 일에 심지어는 마흔 살이 훌쩍 넘은 딸년 속옷 챙기시는 일까지 어머니의 손이 미치지 않는 구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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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서 영국의 의료시스템인 NHS (National Health Service)에 대한 연재를 한 바 있다. '의료민영화'와 '무상의료'라는 두 다른 극단을 두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연재를 한번 봐두면 참 좋을 것 같다. 영국에서 6년을 살면서 나 역시 NHS에 대해 참 할 말이 많다. 거기에는 제도에 대한 칭찬이나 비판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이 만든 제도이니만큼 문제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지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2-02-29
    드디어 3월 4일 녹색당이 창당한다.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충남에서 1,000명 이상의 발기인을 확보함으로써 그 까다로운 설립요건을 충족하게 된 것이다. 정의, 자유, 통합 따위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새누리 따위 유치찬란한 수사가
  • 공원에서 사람들은 자유롭다. 누군가를 연주하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서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인의 행동에 대해 너그럽다.
    맨해튼 지도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센트럴파크다. 그 크기도 크기지만 전혀 미학적으로 보이지 않는 정직하고 반듯한 직사각형 모양 때문이다. 그 직사각형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면, 같은 크기의 공원 12개 정도로 도시의 전체
  •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2-02-15
    구소련 강제 노동 수용소로 추방당했던 오스카를 구한 것은 곱고 흰 아마포 손수건이었다. 늙은 러시아 여인은 굶주린 오스카를 집안에 들이고 뜨거운 스프를 내준다. 그가 접시에 콧물을 흘리자,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흰색 고급 아마포 손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2-07
    방학을 맞아 두 곳에서 경연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나라의 대학은 지역에 사는 동네 사람들과 거리가 있다. 요즘 지역주민과 함께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기는 하지만 그건 공원으로서의 대학, 산책로인 대학이다. 그것도 진전이긴 하다. 무엇보다 대학과 지역의 분리는 대학의 ‘학문’과 지역의 ‘삶’의 분리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별로 연관이 없는 것이다. 전에 있던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한때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강좌를 기획한…
  • 홍진 in 수유칼럼 2012-02-07
    전쟁 같은 사랑, 아니 진짜 전쟁처럼 터지던 폭죽들도 춘절 연휴와 함께 저물어 가고, 바야흐로 나는 이사 중이다. 짝꿍이 먼저 한국에 들어가게 되어 나는 좀 더 작고 많이 싼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비교적 비싼 상권 지역에도 틈새시장이 있었으니, 그 허름한 건물은 이름 하여 망해아파트. 바다가 보여서 망해望海다.
  • 새해가 밝았으니 새 결심을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누구의 말마따나 엄청 지루할 수도 있는 우리네 삶에 시간이라는 장치를 들여 시작과 종결, 그리고 말끔히 reset을 누를 수 있는 뚜렷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는데 따른 매력을 진정으로 맛볼 수 있는 딱 제철에 와있다. 참으로 거듭 생각해도 훌륭하기 짝이 없는 장치다. 누덕누덕 낡을 대로 낡은 일정한 습속들을 한 꺼풀 벗어 던질 수도 있는 적당한 변명을 마련하기도 쉽고 혹은 이만한 겹의 시간에 걸쳐 반들반들 윤나게 닦여진 분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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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아케이드는 19세기 초반에 나타났다 백화점의 등장과 함께 사라진 상점들의 집합소였다. 각종 물품들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마주보고 길게 도열해있는 건물 위에 유리와 철근으로 천정을 만들어 씌운, 실내도 실외도 아닌 이 기묘한 공간은 당시 파리지엔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이기도 했다. 발터 벤야민은 이 독특한 공간에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20세기적 삶의 문화 현상을 발견했다.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2-01-17
    나꼼수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어제 밤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 인터뷰를 다룬 ‘봉주 2회’편을 들으면서 탁 들었다. 갑자기 들었던 생각은 아니고, 한동안 쌓여왔던 느낌이 ‘봉주 2회’를 들으면서 자기 자리를 잡았다고나 할까. 그 순간은 깊은 밤이었는데, 지난 몇 달간 나꼼수를 들으면서 생겨난 여러 일들이 스쳐갔고, 핫바지에 방귀가 새어나가듯이 나꼼수에 대한 애정이 스스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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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2-01-04
    카프카는 <성>에서 ‘성’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관료나 ‘국가’ 같은 것의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이웃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행사되는 권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성의 관료 소르티니의 구애를 아말리아가 거절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웃사람들은 아말리아의 아버지에게 맡겼던 구두를 하나둘 찾아가고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또 마을 사람들이 그에 보낸 신뢰의 징표였던 자치소방대장에서 그를
  • 지금 유럽은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다. 2011년에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지금까지도 10년 만기 장기국채 금리가 위험선인 7%를 오르내리며 채무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2위 경제국인 프랑스도 자국 은행들의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커서 위기에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 아이들의 엄마가 가끔 밤마다 사라진다. 아빠는 알콜 중독에서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 수개월째 병원에 입원 중이다. 아이들 둘과 엄마만 살고 있는 집에서 가끔 밤에 슬그머니 없어지는 엄마를 아이들은 애가 타서 찾곤 한다. 첫째나 둘째나 엄
  • 2011년 6월 원전집회 모습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12-27
    한달 쯤 전이다. 오키나와의 아라사키 모리테루(新崎盛暉)선생님이 도쿄에 오신다는 소식에 연속 티치인 오키나와(連続ティーチ・イン沖縄)에 갔다. “코즈에, 오랜만! 근데 왜 이렇게 오랜만인 것 같지?” 코즈에는 나에게 오키나와와 도쿄 사이의 온도차에 대해서 느낄 수 있게 해준 오키나와 출신 친구다. 하와이 유학 기간 중 오키나와와 하와이의 연대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적이 있는, 말이 통하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12-21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와 양치를 하러 나가려는 길에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난데없는 일이었다. 불과 사나흘 전에도 그가 어디 현장지도인가 나가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본 것 같았는데, 황당했다. 교무실 텔레비전으로 KBS 뉴스 속보가 정신없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핵 위협으로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었고,
  •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불법 집회일수 없다.”
    홍진 in 수유칼럼 2011-12-21
    광둥성의 평화로운 어촌마을이었던 우칸촌 2만명의 주민들은 현재 경찰의 봉쇄로 2주째 고립상태에 처해있다. 지난 9월 21일 처음 일어난 광둥성 우칸촌 시위는 주민 400여명이 터무니없이 적은 토지수용 보상액과 관리들의 선거 부정 문제를 상급기관인 산웨이汕尾 시에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2-15
    누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 내게 다가왔다. “가령 내가 그것을 했다고 쳤을 때, 나는 이런 행동을 한 나 자신과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객설 한 마디 하련다. 양해 바란다. 내게는 어렸을 때 콤플렉스가 있었다. 공부도, 키도, 얼굴도, 집안 형편도 아니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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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12-06
    어떤 일을 ‘책임을 묻기 위해’ 따지는 것은 삶을 긍정하려는 사람들로선 결코 기분좋게 선택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개 무언가 잘못된 일에 대해, 혹은 부당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명령어를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되어야 할 어떤 것을 부정하기 위해 부정의 이유를 찾는 질문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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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무채색이다. 어떤 도시도 고유의 역사성, 분위기, 정서, 인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약 그런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도시 안에 있는 ‘비도시적인 것’들의 일부일 뿐이다. 회색의 빌딩숲, 어디선가 몰려왔다가 다시 어디론가 몰려가는 군중들,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는 자동차들, 지하철과 노숙인들, 번쩍이는 네온사인의 백화점과 상점들 사이사이에 별처럼 박혀있는 수입브랜드의 커피전문점과 햄버거 가게들, 그리고 그들 틈에서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작고 허름한 노점상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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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가는 로마의 밤거리에서 내가 본 것은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라, 바로 이탈리아 국민들이 마음속에 품은 욕망이었다. 그 욕망이 베를루스코니라는 `스캔들의 제왕'을 만들어냈고, 최장수 총리라는 지위를 허락했다. 정치 지도자는 곧 국민의 욕망이 빚어내는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로마의 풍경은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년 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우리 유권자들의 욕망과 뉴타운을 건설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때의 욕망이 부질없고 그릇된 것임은 이미 널리 확인된 것 같다. 문제는 2012년 4월과 12월에 어떤 욕망을 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 황진미 in 수유칼럼 2011-11-30
    지난 22일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안이 기습 상정되어 4분만에 통과되었다. 표결 직전 이들은 비공개를 선언하고 기자들을 내보냈다. 왜 이 역사적인 표결을 굳이 비공개로 하려 했을까?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던 것일까? 국회 ‘날치기’ 통과 후, 전국에서 시민들이 연일 “비준무효”를 외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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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 in 수유칼럼 2011-11-23
    날씨가 좀 추워졌다. 며칠 째 입어 소매가 꼬질꼬질한 하얀 후드티를 또 주워 입다가 짝꿍에게 혼났다. 히잉. 아이처럼 입던 옷을 벗고 그럼 뭘 입어야 하나 두리번거리다, 갑자기 이상한 망상이 머리에서 뻗쳐 나온다. 세 가지 패션 전략을 가진 세 명의 인민 모델이 나의 망상에 짝을 맞춰 팔짱을 끼고 워킹을 시작한다. 포즈를 잡는다. 찰칵! 찰칵! 찰칵! 스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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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11-16
    잠자리에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안철수의 1,500억 기부를 가끔 떠올렸던 것이 생각난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자신이 밝힌 바 그대로, 선의로 해석하고 싶다. 내가 성서에서 얻은 가르침이란, 가진 것을 내 놓는 일에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제는 이런 이야기는 어디 대놓고 할 데도 없다. 안철수는 ‘가진 자들의 의무’를 말한다. 가지지 못한 자들은 생각할 수 없는, 오직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권능의 행사다.
  • 후쿠시마 여성들에 대한 전국의 격려 메세지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11-15
    2011년 11월 10일. 85호 포크레인 위의 그녀가 309일만에 내려왔다. 해고자와 비해고자의 구분이 사라진 직후였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철의 노동자”들도 울고, 그녀도 울고, 대한민국의 모든 비정규직이 울고,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땅 속의 전태일도 울었을 것이고 그렇게 울음이 웃음이 되었다.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1-09
    몇몇 대학교가 퇴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실정을 보면 퇴출당해도 싸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부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은 듯하다. 예술대학에서 취업률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듯이 대학평가의 기준이 갖는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른바 대학 운영에 대한 ‘감독’ 기관으로서 그동안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든 책임이 바로 교과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이 온통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 필자가 주재하는 스위스에서도 중요한 선거가 있었다. 4년에 한 번 총 200석의 하원 의원과 46석의 상원 의원을 뽑는 스위스 총선은 서울시장 보선 사흘전인 10월 23일에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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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뉴욕을 방문한 일군의 일본 운동가들로부터  후쿠시마 원전 파괴로 인해 빚어진 비극에 일본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며 살고 있는지를 듣고 같이 얘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일본출신 뉴욕 운동가 사부 코소(Sabu Kohso)와 유코 토노히라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이번의 방문에는
  • 두 쌍둥이가 동시에 필사적으로 외치는 소리다. 엄마는 그 옆에서 언제나처럼 웃고만 있다. 괜히 아무 말이나 붙여 볼 심산으로 말을 꺼냈던 나는 살짝 엄마 눈치를 보았다. 파탄 난 엄마의 결혼생활 같은 것을 자기들에게 하라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는 듯 두 딸이 동시에 외치는 소리를 그녀는 어떻게 듣고 있을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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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10-25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 은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기사 블로크에게 찾아온 죽음의 신과 더불어 시작한다. 블로크는 체스로 죽음을 피하거나 연기하고자 하지만, 그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다시 찾아온 죽음의 신에게 끌려 손을 잡고 언덕 저편 너머로 춤을 추며 건너간다. 블로크가 죽음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 장소, 시기, 희생자 불명. 특별히 많이 팔린 엽서.
    그늘을 만들지 않는 빛은 없다. 빛은 밝게 비춤과 동시에 그 밝음을 드러내는 어둠도 만들어 낸다. ‘역사의 빛’도 마찬가지다. ‘근대’는 빛으로 다가왔다. 근대를 대표하는 ‘계몽(啓蒙 enlightment)’이란 말은 ‘밝음을 여는 것’(啓明)이었고 빛의 은유는 자신의 어둠을 과거의 어둠으로 감추고 (중세 ‘암흑’시대!) 자신을 빛으로 그리고 자신의 빛으로 형상화된 역사의 모습을 역사의 총체로 강요하는 것으로,
  • weibo
    홍진 in 수유칼럼 2011-10-18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중국 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6차 회의의 주요 안건은 ‘문화개혁론’이다. 관에서 문화(체제)를 개혁한다니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험해 보인다. 웨이보를 중심으로 한 SNS 미디어와 상업화 되어가고 있는 방송에 대한 대책을 논의 하는 이번 회의의 암묵적인 주제는 ‘어떻게 통제할까?’ 라는 한마디 질문으로 압축된다.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10-18
    지난 주말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켠 이들은 심란한 장면을 보아야 했을 것이다. 우리 ‘가카’께옵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야구 모자를 쓰고, 디트로이트의 GM 공장에서 연설하는 장면, “내가 오바마와 함께 약속하건대, 한미 FTA가 여러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운운하며 어설프게 팔을 휘젓는 모습 말이다.
  • 9월 19일, 깃발의 물결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10-13
    우연이었지만, 최근 ‘지방’을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도쿄에서 부산으로 다시 부산에서 큐슈를 거쳐 도쿄로 돌아오는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방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불과 며칠 동안 외부사람으로서 살짝 엿본 경험일지라도. 겪은 것은 구체적이며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을 말하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 버린다.
  • ohn-80x80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10-05
    가끔 쓰는 말, 언감생심. 한문이다. 한자가 아니라. 어찌 언(焉), 감히 감(敢), 날 생(生), 마음 심(心), 어찌 마음이나 먹어 보겠느냐, 어찌 꿈이나 꾸겠느냐는 말이다. 이 말을 왜 하느냐 물으신다면? 모르고 쓰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아닌가? 나만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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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29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기자실에선 특별한 파티가 있었다. 올해 85살이 된 닥터 고든 마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동료 기자들이 베풀어 준 바비큐 파티가 그것이다. 영국 태생인 고든은 젊은 시절 로이터 통신 기자로 일할 때 중부 아프리카에서 부족 분쟁을 취재하다 원주민 전사가 쏜 독화살을 맞고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총탄이 아니라 ‘독화살’이다.
  • 뉴욕 홀로코스트센터에 전시되고 있는 위안부를 주제로 한 그림 (http://kavc.org/xe/7398)
    뉴욕 시 인근에 있는 ‘쿠퍼버그 홀로코스트센터’ 서양의 비극을 대표하는 홀로코스트와 아시아의 비극을 상징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만났다. ‘센터’에서 ‘위안부 추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과 할머니 자신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조만간 할머니들의 몇 분을 초청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이 건물의 3층에 “이본의 다락방”이 있다.
    여기, 맨해튼 웨스트 136번가. “이본의 다락방(yvonne’s attic)”에 몇 명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공부한다. 읽고, 쓰고, 번역하고, 외국어로 토론한다. 그리고 간소한 일상. 함께 밥을 지어먹고, 대화하고 산책하고 요가하고 장을 본다. 이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함께 나누기 위해, 불과 얼마 전까지 뉴욕의 맨해튼과 이타카, 그 옆의 뉴저지 그리고 서울에서 각자의 삶을 살던 그들은 2011년 9월, 할렘의 한 오래된 아파트 3층에 둥지를 틀었다.
  • hongjin
    홍진 in 수유칼럼 2011-09-21
    집에서 기차역 근처 차茶시장 까지는 경전철로 삼십분에 걸어서 십 분정도 더 간다. 그 중 한 도매상을 알게 된지 아직 한 달이 채 안된 주제에, 스스로 단골이라고 우쭐하여 가게에 들어가니 오랜 진짜 단골 서넛이 좁은 상을 둘러 차를 마시고 있었다. 구석자리에 찌그러져 앉았더니 주인아저씨가 가만히 잔을 놓는다.
  • ljk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9-20
    푸코에 따르면 ‘정치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이전, ‘통치하다’라는 말은 “공간에서의 이동·운동, 물질적 생필품의 조달, 개인에게 부과되는 치료나 약속된 구제, 늘 헌신적이면서도 적극적이고 호의적인 지휘나 명령의 실행 등”을 뜻했다. 그 말이 “자신이나 타인, 타인의 신체, 더 나아가 그 영혼이나 행동방식에 행사될 수 있는 지배”를, 개인 간의 교류 등을 뜻했던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을 것이다.
  • 솥발산을 떠난 이소선 어머니를 기다리며 김진숙 동지가 고공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은 지는 날빛을 따라 뉘엿뉘엿합니다 낮과 밤의 경계, 경계에 선다는 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김진숙 동지는 세상의 눈물에 대해 유별나게 민감한 귀를 가졌나봅니다 언제나 조합원들과 함께 있고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느끼는 저 야윈 몸, 세상에 다 퍼주고도 찬물같은 청청한 영혼입니다 마침내 전혀 다른 세계로 펼쳐지는 시간 속으로 번져갑니다
  • lks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09-09
    3차 희망버스 다녀온 밀양참가단의 이야깁니다. 딴지일보 버전으로 써 보려 하는데, 잘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희망버스 3차는 그야말로 다이나믹 액소더스 아리가또고자이마쓰(사이 님의 노래에서 발췌) 되겠습니다. 18명(신부님은 우리랑 넘 멀리계셨으니 17명이라고 합시다)의 우리 밀양참가단은 박작가께옵서 급히 제작한 '밀양무속인협회 깃발'(수박과 색동손수건이 깃발로 펄럭이는, 좌중을 단연 압도했더랬죠) 아래 부산역에서 참하게 문화제 구경을 했더랬지요.
  • sungtaesuk
    요즘 공부방에 일찍 간다. 예전과 달리 넓고 한결 쾌적해진 환경에 아침에 눈만 뜨면 공부방을 가고 싶은 마음에 궁뎅이가 들썩인다. 너무 커서 횅한 느낌을 지우려고 업싸이클링-기본적으로 재활용의 의미를 깔고 있지만 단순한 재활용의 의미를 넘어서 아름다운 쓸모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mch
    제네바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매년 여름에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노동허가를 갱신하는 일이다. 노동허가는 곧 거주허가여서 1년에 한 번씩 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셈이다.
  • ktk
    평화의 나라”로 인식되고 “지상낙원”에 근접한 나라로 여겨지던 북유럽의 노르웨이에서 한 백인 기독교도가 일으킨 참혹한 대량학살은 많은 이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 ohn-80x80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8-24
    참 다채롭게 보여준다. 한 달에 한 번 〈수유너머 위클리〉에 쓰는 글이지만, 세월이 이래서는 소재든 주제든 쉽게 잡을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주에 생각해 둔, 아니 어제 생각해 둔 주제마저도 시사성을 잃는다. 쉽게 말하면 머리속이 왔다 갔다 한다. 기어이 어제도 서울시장 나부랭이가 주말 가을 기운을 받아 조금 맑아진 심기를 건드렸다. 천하게 … . 조선 500년 역사에도 보기 드문 중생들을 몇 년 사이에 참으로 다채롭게 보고 있다.
  • ljk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8-16
    카프카의 소설이 법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법 앞에서」라는 짧은 단편은 수많은 사상가들이 붙인 주석으로 인해 더욱 유명하다.
  • hongjin
    홍진 in 수유칼럼 2011-08-15
    내가 살고 있는 중국 대련의 개발구 지역은 30년 전만 해도 허허 벌판이었다고 하는데, 매년 변하는 도시의 뚜렷한 경계선이 급격한 난개발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답답한 잿빛 빌딩들을 벗어나 자전거를 타고 30분만 달리면, 갑자기 구멍가게 하나 없는 가난한 어촌 마을이 나타난다.
  • sungtaesuk

    공부방에 다니는 친구들은 속상함을 많이 안고 산다. 부모님들 때문에 혹은 어려운 학교 공부 때문에 또 친구나 좁은 집 때문에 여러 가지 속상한 일이 늘 많다. 그래서 사실 누가 누가 더 힘들까를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가 힘들고 속상하다.

    그런데 공부방에 다니는 친구들 중에 늘 해맑게 웃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생글거리는 친구들이 있다. 늘 마음만은 …

  • 78sc1
    7월 21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다. 유엔 기자실에서 급한 기사들을 대충 마무리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
  • 후쿠시마에서 온 흙 위에서 5.64시벨트를 가리키는 방사능 측량기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08-02
    이틀 전 새벽 3시 54분. 후쿠시마현 하마토오리에서 리히트 규모 5강의 지진이 있었다. 크고 작은 지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지진은 꽤 커서 도쿄도 리히트 규모 3 정도의 흔들림이 있었다. 자다 말고 온몸이 흔들려서 벌떡 일어나 TV를 켰다. 그때 머리를 스친 것은 쓰나미 뿐이 아니었다.
  • ktk
    김진숙의 ‘고공투쟁’이 무려 200일을 넘어섰다. 시작은 대책 없는 싸움이었다. 그의 뜻을 잇는다는 ‘김주익’이 그가 김진숙에 앞서 같은 싸움을 짧지 않은 기간(129일) 해왔음에도, 그리고 그의 비극적 죽음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와 저 세상 길을 같이한 ‘박창수’ 그리고 ‘곽재규’가 최근까지 낯선 이름이었다는데서 그 싸움의 대책없음과 그 대책없는 싸움을 기꺼이 이어받은 김진숙의 결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 lks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07-25
    잊기 전에 기록해두어야 할 영화가 있다. 이라는 다큐멘터리다. 인권영화제에 서 상영되었는데, 주의 깊은 분들은 이미 봤을 것 같다. 나는 ‘너른마당’이라는 지역의 협동조직에서 하는 영화 모임에서 이 영화를 보았다.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각각 합천, 함안, 창녕으로 귀농해서 농민운동에 뛰어든 세 여인들의 이야기다.
  • 75sc003
    홍진 in 수유칼럼 2011-07-21
    지난 6월 11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 3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반핵 행동과 집회가 이어졌지만,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 ohn-80x80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7-19
    광화문에서 버스를 탔으니까 얘기를 듣기 시작한 건 훨씬 전부터인 듯한데, 자꾸 숭실대에서 넘어오는 고갯길, 봉천고개길이 기억난다. 맘에 드는 친구와 모처럼 만나 음악회를 갔다가 한 잔 하려고 피차 본거지가 가까운 관악구청 근처로 자리를 옮기던 중이었다. 어디쯤에서 그 얘기가 나왔는지, 왜 그 얘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잊히지 않을 것이 분명한 이름 석 자, 김종배. 친구의 말을 옮겨보자.
  • mch
    지난 6일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지로 강원도 평창이 선정된 날 내가 취재를 담당한 곳은 경쟁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프랑스 안시(Annecy)였다.
  • 2-1.sin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07-05
    # time1: 6.11 & 6.10 6월 11일은 지진, 츠나미,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신주쿠에서 대규모 집회가 기획되었고 일본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데모가 일어났다. 이날은 탈원전을 위한 세계동시행동의 날이기도 했다.
  • ljk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7-04
    잘 알려진 것처럼 팝아트는 예술품으로 만들어진 것과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교회의 벽에 그려진 벽화나 건물의 벽에 그려진 광고판의 그림 사이, 박물관의 아케이드와 백화점의 아케이드 사이에서 사람들이 발견하던 차이를 그들은 모두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 울며불며 매달리던 첫사랑을 뒤로 하고 수배중인 친구로부터 독재의 개 노릇 잘하라는 악담을 들으며 정말 개처럼 끌려간 군대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사납고 거친 한 무리의 ‘군바리’들이었다.
  • sungtaesuk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각계각층의 이유가 저마다다르겠지만 집권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정치권의 열기가 그 중 제일 뜨겁다.
  • hongjin
    홍진 in 수유칼럼 2011-06-20
    중국의 토지는 국가 소유다. 이런 훈훈한 나라가 있나. 라고 절대 감탄하지 말자. 그 위에 불고 있는 재개발의 피바람은 십여 년 새 가장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 lks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1-06-20
    고향으로 내려온 지 10년이 되어 간다. 이제 촌놈이 다 된 것이다. 가끔 서울에 볼 일이 있어 다니러 갈 때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어떻게 10년이나 살았나 싶어진다. 서울역 대합실에만도 1~2만명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그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이 마음에 남는다.
  • ljk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6-13
    6월 10일, 금요일.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의 집회가 청계광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집회신고를 거부하여 처음부터 불법집회로 만들어 놓고는, 불법집회 저지를 명분으로 장소를 미리 경찰이 점거했지만,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해 맴돌던 분노는 거대 대중이 되어 둘러싼 경찰의 벽을 흘러넘쳤고, 거꾸로 집회장소를 점거한 경찰대열이 포위되는 양상으로 바뀌어버렸다.
  • mch
    제네바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다보면 갖가지 국가경쟁력 평가 지수 관련 기사를 자주 다루게 된다. 유엔 유럽본부 앞에 있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호수 건너편에 세계경제포럼(WEF), 로잔에 있는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등에서 매년 정해진 때가 되면 세계 각국의 경쟁력을 평가한 성적표를 내놓는다.
  • ake1
    3월 11일. 아직은 그 날의 사건을 말로 하기 어렵다. 나는 둘도 없는 친구 몇 명을 잃었다. 여전히 행방불명인 친척들… 그리운 고향은 쓰나미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거대한 쓰나미가 지나간 뒤, 그곳에 펼쳐져 있었던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잔해들과 상처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은폐해 왔던 무참한 역사, 그것에 드러난 균열이었다.
  • ktk
    1. 잔인한 5월이 저물었다. 5.16 그리고 5.18. 5월이 일깨우는 과거사 가운데 19년을 사이에 두고 대척점에 서서 한국 근대사를 뒤집어 놓은 두 사건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악몽처럼 또다시 우리의 집단 무의식에서 호출되어 우리의 의식 속에서 되뇌어진다. 이 고통스런 되새김질은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법’이란 무엇인가라는 사회정치적 질문과 다시 연결된다.
  • 63parkjs+013-80x80
    나는 약 한 달 전 수유너머R에서 발표를 한 번 한 것을 계기로 이 학술 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에 몇 번 박정수의 쥐 그래피티 사건 공판에 참관했다. 그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던 날 오후에는 프랑스의 가장 큰 라디오 방속국인 에르에프이(RFI)의 한 한국 통신원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박정수의 인터뷰에 동행했다.
  • hongjin
    홍진 in 수유칼럼 2011-05-30
    지난 3월 2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란저우兰州 출신의 행위예술가 청리成力는 옷을 벗고 파트너 여성과 성행위를 묘사하다가 공안국에 긴급 체포되었다. 청리 측은 논란이 된 가 지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예술계 관계자들과 비공개로 진행된 퍼포먼스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안국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그의 ‘음란예술’에 대해 라오지아오劳教 (노동으로 가르침 : 쉬운 말로 강제노역) 1년을 구형했다.
  • 2.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05-23
    한국의 한 문학 비평가는 이렇게 질문했다. “불안은 어떻게 분노가 되어 갔는가?” 삶의 한 단면을 파고드는 이 날카로운 질문은, 도쿄에서는 현재형이며, 도호쿠(東北) 지방에서는 두려운 현재형일 것이다. 불안은 분노가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절실한 요청이기도 할 것이다. 불안은 분노가 되어야 한다…….
  • sungtaesuk
    아들 둘이 만화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괴짜 가족’이란 일본 만화로 조금 내용을 훑어보다 하도 어이가 없어 단숨에 에피소드 몇 개를 앉은 자리에서 보게 되었다. 1편부터 차분히 본 게 아니라서 내용을 설명하기에는 이해가 부족하다. 하지만 ‘괴짜’라는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엄청나게 끈적거리는 빠워’를 지닌 만화라 강한 인상을 받았다.
  • kbg
    미국 온 지 한 달 쯤 되던 날, 온풍기 표시등이 고장 나서 온도 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잘 안 되는 영어로 간신히 서비스 센터에 연락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내 물음에 직원은 ‘other countries, the rest of the world’에서 온 사람들이 섭씨와 화씨를 착각해서 기기를 함부로 눌러 대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 mch
    4.27 재보선의 관심 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김해을 선거에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승리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민주당과의 지루한 샅바싸움 끝에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참패하면서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던 유시민씨도 함께 침몰했다.
  • 그림 1. 9/11 희생자들을 ‘작은 아이히만들’이라 불러 격렬한 반발과 논쟁을 불러 왔던 콜로라도 대학의 인디안계 교수 워드 처칠 (Ward Churchill). 결국 이 일로 교수직에서 해고 되었고 관련 소송이 아직껏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9/11과는 얽힌 기억이 적지 않다. 대만에서 친구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방문했을 때 그들과 같이 쌍둥이 건물에 오르기도 했고, 사건이 발발했을 당시에는 뉴욕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며 근처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십년 전 일이라고 개인적 기억이 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추억한다’는 것은 이 비극을 섣부른 낭만화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겠다.
  • ohn-80x80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4-26
    4월 22일에 이런 보도가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환원한다는 내용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사의 필수과목 전환 이유에 대해 정부는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강화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국의 동북공정 등의 역사 왜곡에 대응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야광 돼지고기
    홍진 in 수유칼럼 2011-04-18
    “밥은 잘 먹고?”“네, 할머니도 건강하시죠?”“근데 거기 중국에서 돼지고기 먹지 말라더라.” 가끔 걸려오는 할머니의 안부전화에는 꼭 음식 관련 최신 뉴스가 끼어있다. 한국 사람들의 팍팍한 일상에, 그나마 여기가 낫다는 한줄기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중국발 음식파동 뉴스가 현지 소식을 자상하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sungtaesuk
    살면서 큰 요령을 부려본 기억이 별로 없다. 요령 따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어쩌면 사는 게 민숭민숭한 탓이 컸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 밋밋함과 헛함을 꾹 참고 견디는 것을 제일의 미덕으로 알고 여태껏 살아왔다.
  • scmch
    지난 3월 17일 무아마르 카다피의 친위부대에 의한 리비아 민간인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1973호를 채택한 이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첨단 전투기를 동원해 연일 공습에 나서고 있다.
  • ko-031-80x80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4-04
    “하늘에서 갑자기 수백마리의 새떼들이 죽어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땅에선 천만에 가까운 동물들이 죽어, 그 핏물이 대지에 흘러넘치도다. 거대한 지진이 전에 없이 반복되고, 그로 인해 육지가 이동하며 지구의 지축이 흔들려 밤낮의 행로가 틀어지도다. 근대과학의 정수가 집약되었다는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되고 폭발하여 방사능이 물과 음식은 물론 전세계의 대기로 퍼져가 죽음의 재가 되어 인간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그 미래마저 잡아삼키리라.”
  • ktk
    ‘건강’은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한 사회를 가르는 온갖 장벽들--계급, 학력, 지역, 성별 등을 넘어서 이만큼 두루 공감대를 이루는 의제도 드믈 것 같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생명 개체 일반의 본능적, 보편적 욕구일지 모른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3-29
    《자치통감(資治通鑑)》이라는 획기적인 역사서로 알려진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란 분이 있다. 물론 《자치통감》이 왜 획기적인 거작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통사(通史)로는 사마천의 《사기》이후 처음이고, 편년체 통사로는 《춘추좌씨전》이래로 처음이다. 거기에 20년에 걸친 자료수집과 편찬, 고증의 성과는 《자치통감고이(資治通鑑考異)》 등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나의 관견(管見)으로 볼 때도 압도될 저작이니, 제대로 아는 분의 눈에는 어떨까?
  • 1_치둥현
    홍진 in 수유칼럼 2011-03-28
    3월 14일 오후 후난성 湖南省 치둥현 祁东县 의 한 지방정부 회의에서 졸고 있던 공무원 세 명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공무원의 자질을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자 다음날인 15일 저녁 치둥현 위원회는 3명에 대한 조사 후 바로 ‘면직’을 결정. 16일 당사자들에게 통보하였다.
  • scmch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되면서 외국인의 탈출 러시가 한창이던 지난 2월25일부터 3월1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사지를 빠져나오는 우리 근로자들을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깊게 내 머리 속에 남은 단어는 `제3국인'이었다.
  • sc56-2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03-08
    “네가 양손으로 친구들 손을 꼭 잡고는 막 뛰어가더라구. 그래서 안심했지.” 내가 유치원에 들어가던 날 큰삼촌은, 맞벌이 부부였던 나의 부모님을 대신해, 사회로 첫 발을 딛는 조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것이다. 양손으로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유치원으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큰삼촌은 매우 안심했다고 한다.
  • sungtaesuk
    !! (6)
    . . .
  • sc-55
    홍진 in 수유칼럼 2011-02-28
    와인의 깊은 맛은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와인 잔 깊숙이 코를 박고 벌름벌름 킁킁거리기도 하고, 애인에게도 써 본적 없는 낯 간지러운 수식어로 그 비밀을 끄집어내려 노력한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2-21
    이게 뭐 특별한 편지는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대개 하는 말이다. 가끔 내가 죽을 때 할 수 있는 말을 떠올려보곤 하는데,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 얘기는 그렇게 떠올랐다 사라졌거나 아직 사라지지 않는 그런 말 중의 하나이다. 마침 첫째가 대학에 들어가고, 둘째도 귀한 경험을 하고 맡는 신학기기에 시의성이 있을 듯하여 몇 자 적어보는 것이다.
  • 54.mang
    매년 1월 말이면 스위스 동부의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하는 연례회의가 열린다. 올해 41번째를 맞은 WEF 연례포럼은 통상 `다보스 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 shin1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02-14
    고백하자면 일본에서 나는 소리 지르러, 심호흡 하러, 운동 삼아, 집회에 간다. 아마도 나는 스스로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집회에서 함께 걷고 소리를 지르면서 느끼는 모양이다. 집회는 급히 잡히기 때문에 혼자 갈 때가 많다. 그렇지만 돌아올 때는 둘 셋이 된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에 안정감이 되살아난다.
  • 박경석 in 수유칼럼 2011-02-14
    2008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로는 장애인인구 중 45.2%가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학력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2011년 현재는 어떻게 변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예전보다 중증장애인들이 학교 가는 상황이 좀 나아졌기 때문에 45.2%의 수치는 많이 변동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 수많은 장애인인구가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ko-031-80x80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2-08
    작년, 아니 재작년에 일본에 있으면서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운동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활동가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때 프리타 전반노조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젊은 활동가와 무슨 얘긴가를 하다가 라는 일본 괴수영화에 대한 책 얘기를 들었다. 고지라에 대한 책이라고 하지만, 심형래 영화에 대한 진중권의 비판 같은 걸 모아 낸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 KONICA MINOLTA DIGITAL CAMERA
    홍진 in 수유칼럼 2011-02-08
    1월 19일 본격적인 춘윈 예매가 시작되었다. 춘윈春运은 춘절(:음력설)기간 운행하는 대중교통을 말한다. 왜 이름이 따로 붙었을까? 표를 사기 어려우니까.
  • mmm
    지난 2010년 11월28일 제네바 시민들은 '대형 슈퍼마켓 개점 시간 1 시간 연장하자'는 발의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반대 56.2%, 찬성 43.8%로 부결됐다. 우파정당들이 주도한 이 발의안은 미그로(Migros), 쿱(Coop) 등 대형 슈퍼마켓의 평일 폐점시간을 오후 7시에서 오후 8시로, 토요일은 오후 6시에서 7시로 각각 1시간 연장하고, 크리스마스 연휴 전 2주를 비롯해 연중 3주는 소비자 편의를 고려해 일요일에도 개점하자는 내용이었다.
  • sungtaesuk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인문학은 그 유효기간을 다한 듯 보였다. 누구도 인문학을 찾지 않고 사회적 처세술과 어학이나 재테크 관련 서적들이 그 빈자리를 빈틈없이 메워가고 있었다. 입시를 위한 논술을 필요한 어린 학생들만이 아직 명목적 교양을 인정하고 무미건조하고 반 조리된 식품으로 인문학을 시장에서 겨우 유통시켜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ohn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1-01-10
    처음 《논어(論語)》〈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대목, 정치를 하면 가장 무엇을 먼저 하겠느냐는 질문에, 공자는 “반드시 해야 할 게, 이름을 바로잡겠는 거겠지![必也正名乎]”라고 대답했다. 그때, 뭐 이런 대답이 다 있어!, 하며 시큰둥했던 기억이 있다.
  • 이진경 in 수유칼럼 2011-01-03
    새해 첫 주에 할 말은 아니지만, 올해도 꽤나 시끄러울 것 같다. 그러나 특히나 시끄러운 것은 우선 개그계일 것 같다. 뒷구멍에 몰래 숨어서 종편인지 송편인지 나눠처먹은 넘덜이 새해 첫날부터 신문사설에다 특혜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뻔뻔개그를 하고 있고, 그걸 나눠주는데 앞장선 넘들은 10명 가까운 머리가 모여서 결정했다고 ‘집단지성’을 자처해서 개그계에 새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애들 급식 갖고 소란을 일으켜, ‘진보파’ 주장에 반대하면 무조건 지지할 거라고 생각되는 멍청한 넘덜 눈에라도 들어 대통령의 꿈을 키워보겠다는 서울시장의 노이즈 마케팅도 시끄럽다...